서비스 지표가 확 떨어지는 상황, 제품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생각만 해도 아찔할 텐데요. 여기, 지표가 떨어지는 결정을 내린 후 오히려 제품의 고속 성장을 만들어낸 팀이 있습니다. 바로 당근알바 팀입니다.
알바팀 리더 Josh는 당시 가설을 검증하던 과정을 떠올리며, 순간적인 지표는 거의 반토막 났지만 반대로 제품은 오히려 더 건강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명확한 비전과 방향성을 토대로 이들만의 제품 성공 방정식을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인데요. 엔지니어로 팀에 합류해 리더가 되어 3년째 당근알바의 성장을 이끌고 있는 Josh를 만나봤습니다.
2018년, 영국에서 지내면서 검트리(Gumtree)라는 로컬 서비스를 쓴 적이 있어요. 검트리를 통해 중고 헤드셋도 사고, 과외 선생님도 구하고, 부동산이나 룸메이트도 구했어요. 로컬이 앞으로 더 크게 성장하겠구나 싶었죠. 그리고 한국에 와 보니 당근이 있더라고요. ‘아. 당근이 로컬 시장을 다 잡겠구나.’ 싶었습니다. 한국에서 지역 기반 서비스는 당근이 처음이었으니까요. 여담인데, 영국 검트리에서 사 온 헤드셋은 당근으로 다시 팔았답니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당근은 더 큰 가치를 만들어갔어요. 당근이 그동안 잊고 있던 가치를 회복시킨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생각해 보면 우리는 오래전부터 함께 모여 공동체를 형성하고, 서로 품앗이하며 살아왔잖아요. 하지만 기술이 발전할수록 역설적으로 사람들 사이의 심리적인 거리는 점점 더 멀어졌어요. 이를 회복시키는 것은 당근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처음엔 리더가 될 생각이 없었어요. 엔지니어로 당근의 기술 개발을 함께 하고 싶었거든요. 훌륭한 동료들과 일하면서 전문 영역에서 시너지를 만들고 싶다는 욕심도 컸고요. 그런데 1년 정도 일하다 리더 제안을 받았어요. 감사한 제안이었지만 오래 망설였어요. 10년 정도 IT 업계에 있으면서, 리더가 두려움과 압박으로 동료를 컨트롤하게 되는 상황을 경험한 적 있었거든요. 그런 결정에 많은 물음표가 들었고, 저는 그런 리더가 되고 싶지 않았어요.
다른 조직에서 경험해 온 리더의 역할과는 다른 모습으로 팀을 이끌어 볼 수 있겠다고 생각해 리더 역할을 맡기로 했어요. 그 과정에서 리더십의 방식에 대해 경영진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제가 동료 엔지니어가 아닌 리더가 되길 택해야 한다면, 안전하고 건강한 환경에서 구성원들이 일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어요. 이런 고민에 대해 경영진과 공유했는데, 당근이 지향하는 리더십의 방향과 비슷하더라구요.
많은 회사에서 ‘리더가 성과를 내면서 관계를 챙길 수 없고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둘 다 챙길 수 있다고 믿어요. 물론 두 배 세 배 더 노력하고 감정과 열정을 쏟아야 하겠지만요. 무엇보다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결정적인 순간이 오지 않도록 조직을 잘 이끄는 게 제가 생각하는 리더십 전략이에요. 프로덕트가 잘 성장한다면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은 오지 않겠죠.
당근알바는 짧은 시간 동안 서비스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요. 1년 동안 구인 글이 2배 가까이 늘어났고, 10분 안에 연결되는 단기알바는 50% 가까이 성장했어요. 팀 규모도 3년 동안 약 4배 늘었는데요.
앞서 ‘관계’라고 표현했지만, 결국 좋은 관계는 건강한 협업으로 이어지고 그럴 때 자연스레 팀이 성장한다고 느껴요. 성장을 멈추면 여러 문제가 생기는 걸 자주 봐 왔어요. 따라서 성장을 멈 추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죠. 안전한 관계로 성장을 만들고, 성장은 우리를 지켜주는 지붕이 될 것이라고 믿어요.
사업의 성장뿐만 아니라 구인구직 시장의 신뢰 회복에도 관심을 두고 있어요. 가까운 이와의 신뢰 회복은 당근이 할 수 있는 사회적 역할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기존의 구인구직 시장에서는 신뢰가 무너지며 많은 문제가 생겼어요. 알바생과 사장님이 서로 믿지 못하는 것이 단적인 예죠. 다음과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건데요. 알바생이 면접 보러 가기로 한 날 사정이 생겨 ‘노쇼’를 했어요. 이런 경험이 쌓인 사장님은 더 많은 지원자를 후보로 두고 면접을 보게 되고, 가장 확실한 알바생을 찾기까지 확답을 미뤄요. 알바생 입장에서는 확답이 안 오니 여러 개 지원하고, 그중 하나만 가고 나머지는 노쇼하게 되는 거죠. 이런 악순환이 이어지며 서로 간의 신뢰가 끊겨요.
위의 상황을 지표로만 보면, 공고 게시물 수와 지원 수는 늘어나 서비스 차원에서는 단기적으로 좋아 보일 수 있죠. 하지만 사실 비신뢰에 의한 문제 상황 패턴에 가까워요. 따라서 당근알바 팀은 이런 현상을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진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움직여야 하는 거죠.
당근알바 팀은 일자리 시장에 고착화된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는 포부가 커요. 동네 기반의 구인구직 서비스를 제공하며, 동시에 그 안에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고자 해요. 이런 가치와 방향성이 팀원들의 동기부여에도 큰 힘이 되어주고 있다고 믿어요.
맞아요. 하지만 이런 문제 해결이 곧 제품 성장으로 이어질 거라고 믿어요. 수십 개씩 올라온 허수의 공고와 지원이 매칭되거나 노쇼가 거듭되는 것보다, 한 두 개만 공고로 올려도 알바생과 매칭이 잘 된다면 사장님 입장에서 경험이 좋아지고 당근알바를 더 찾게 될 테니까요.
당근알바 팀에서는 게시글 수 증가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해요. 하지만 때로는 오히려 게시글 수가 떨어질 수 있는 결정도 내립니다. 예를 들어 2022년에는 사장님이 글을 최대 2개밖에 못 쓰게 제한했어요. 기존 방식대로 원하는 만큼 글을 쓰게 두면, 사장님끼리 서로 피드 상단 노출을 위한 ‘쟁탈전’이 일어났거든요. 한 시간에 최대 200개의 글을 쓰는 사장님도 있었어요. 서로 무한대로 글을 쓰는 거죠.
물론 처음 게시글 수를 제한한 후에는 지표가 거의 반토막 났는데요. 반대로 제품은 오히려 더 건강해졌다고 볼 수 있어요. 글쓰기 양은 줄었지만, 지원자의 양이나 매칭의 수가 줄었느냐 하면 그렇지 않았거든요. 이전 게시글 수가 오히려 의미 없이 부풀려지고 있던 지표였던 거예요.
제품 초반에는 매칭 수를 공략했다면, 그 이후에는 매칭 속도를 높이기 위해 고민했고 최근에는 매칭 퀄리티를 올리는 과정에 집중하려고 해요. 당 근알바로 연결된 사장님과 알바생이 오래도록 함께 일할 수 있도록, 그 퀄리티를 높이는 작업을 하고 있는 거죠. 이런 노력이 쌓여 알바 구인 공고 10건 중 7건이 1시간 내 매칭이 성공하는 성과가 나오기도 했어요. 저희가 계속 시도하려는 방향은 구인구직 시장에서 긍정적인 경험을 더 많이 쌓아서 더 많은 이가 당근알바를 찾아오게 하는 거예요.
또 그만큼 더욱 확실한 성과를 만들어야겠죠. 그렇게 지역 일자리를 연결하는 ‘광산구 프로젝트’도 새롭게 시작했어요. 구청과 주민센터에서 직접 서류를 받아야 해서 지원자 수가 부족하던 공공형 일자리를, 당근 알바를 통해 더 많은 이웃들에게 소개한 거죠. 당근을 통해 소개된 후에는 채용 공고 경쟁률은 5대 1까지 올라갔고요. 앞으로도 이런 우리 주변의 ‘진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쓸 예정이에요.
‘신뢰에 있어 정확히 값을 지불한다’는 거예요. 그냥 같은 팀이 됐으니까 ‘신뢰와 충돌’을 할 수 있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신뢰는 저절로 생겨날 수 없어요. 그보다는 함께 하면서 시간이 지나고 사소한 것들이 점점 쌓이면서 만들어지는 거죠. 가끔 ‘어떻게 하면 신뢰하는 문화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는 분들이 있는데요. 충분한 시간과 경험이 쌓이지 않으면서 신뢰가 하루아침에 생기길 바라는 건 욕심이라고 생각해요.
당근알바 팀은 신뢰에 제값을 정확히 지불해요. 가장 기본적으로는 얼굴 보고 만나서 함께 일하려고 굉장히 노력해요. 당근은 주 2일 재택으로 일할 수 있는데요. OKR 등 주요한 결정을 내릴 땐 누가 먼저 그러자고 한 것도 아닌데 모두 사무실에 출근해 있어요. 목표를 설정하는 게 단순히 리더와 PM만의 일이 아니라, 모두의 일이라고 생각하기에 가능한 문화라고 생각해요. 그러면서 팀워크가 쌓이고, ‘안전함’이라는 우리만의 울타리가 생겼다고 느껴요. 쉽게 쌓지 않았기 때문에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모두 믿고 있고요.
팀원들이 스스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하루 이틀은 강제해서 하게 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3개월, 6개월 나아가 1년, 2년을 생각해 보면 어떤 일이든 자신이 직접 선택했을 때 더 깊게 몰입하고,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따라서 그런 환경을 만들어주려고 부단히 노력해요.
예를 들어 제가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더라도, 해당 결정으로 이끌 수 있는 데이터나 정보를 곳곳에 공유해 두어요. 그를 보고 자신이 결정할 수 있게 만드는 거죠. 리더가 바로 결정하고 따르는 것과 결과적으로는 똑같을 수 있지만,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선택하게 만들면 그 후의 마음가짐이나 태도는 완전히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자기가 선택한 거니 더 재밌게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거죠.
출근길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오는 순간부터 벌써 퇴근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농담처럼 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저는 엘리베이터만 타면 여러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리 팀들은 여기서 무슨 생각을 할까? 집에 가고 싶다고 생각하려나?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지 않으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를 생각하는 거죠. 저는 우리 팀 구성원이 출근길 엘리베이터에서 ‘집에 가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오늘은 팀 사람들과 함께 어떤 일을 하게 될지, 항상 기대하는 마음으로 출근하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에 몰입하는 환경이 돼야 하고, 그런 환경을 만들어주려고 노력하게 돼요.
직군에 상관없이, 주도적으로 제품을 만들고 성공을 이끌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당근에서 재밌게 일할 수 있을 거예요. 간혹 ‘엔지니어는 주도성보다도 기술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데요. 저는 엔지니어도 다른 직군과 마찬가지로 창업가 정신으로 제품을 바라보고, 기술보다도 서비스를 선택할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좀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기술적인 요소와 비즈니스적인 요소가 부딪힐 수 있는데 이때 비즈니스를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기술적으로 뛰어난 사람은 많겠지만, ‘서비스를 위해 오늘 나는 여기까지만 하자’ 선택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의외로 드물어요.
시간을 많이 주면, 누구나 더 높은 품질의 기술적 결과물을 구현해 낼 수 있어요. 문제는 한정적인 시간이죠. 엔지니어는 자기만의 정답을 내는 게 아니라 PM과 프로덕트 디자이너 등 동료들이 제품을 위해 여러 대안을 선택할 수 있게 해줘야 해요. 나아가 각 솔루션에 대한 시간은 얼마나 걸릴지, 어떻게 할 수 있을지, 측정하고 예측할 수 있어야 하죠. 이를 위해서는 탄탄한 기술적 능력이 쌓여 있어야 하고요.
당근 버티컬 사업실에는 창업가 정신을 가지고 있거나, 언젠가 창업을 해야겠다고 꿈꾸는 이들이 많아요. 당근이라는 커다란 서비스 자체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각 팀은 개별 스타트업의 초기 단계에 있어요. 따라서 주도적으로 비즈니스를 이끌고 함께 성장을 만들고 싶은 사람이라면 당근에서 깊게 몰입하며 재밌게 일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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